광복절과 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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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과 무궁화
  • 박미선 기자
  • 승인 2018.08.1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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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범∥수필가· 前 광주교총 회장.

해마다 8월이 되면 광복절과 함께 길가의 울타리에 무궁화가 활짝 피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화순군 도곡면에서 능주쪽으로 가면 길 양쪽에 무궁화동산이 길게 조성되어 이곳을 지날 때면 차에서 내려 길을 걸으면서 나라꽃에 대한 상념(想念)에 잠기기도 한다. 우리나라를 상징한 대표적인 것으로 국기는 태극기요, 국가는 애국가이고, 국화(國花)는 무궁화이며, 국조(國鳥)는 까치다. 우리 국민들 모두가 이것쯤은 다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이를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모 종교단체와 모 정당에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고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다고 하니 이들은 과연 어느 나라 민족이고 국민인지 개탄을 금할 수 없으며,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사람들이라 생각이 든다. 일제 침략의 역사 속에서 피어난 나라꽃, 무궁화를 생각하면 가슴 아팠던 일들이 많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수난을 당했던 우리나라 꽃을 보면서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나무의 우거진 잎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해서 옛 사람들은 여름을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라고 했다. 하지만 무궁화는 무성한 여름 나뭇잎의 초록빛을 단박에 이겨낼 만큼 화려한 꽃을 피운다.나라꽃이라고 하지만 사실 나라꽃의 꼼꼼한 기준이 없다는 건 여전히 숙제이다. 보랏빛 꽃송이 한가운데에 자줏빛 무늬, 즉 단심(丹心)이 선명한 꽃을 흔히 나라꽃으로 여기고 있지만 무궁화 꽃에는 그 밖에도 많은 종류가 있다.

이를테면 보라색 못지않게 하얀색 무궁화도 적지 않다. 또 보라색 꽃이라 해도 꽃송이 한 가운데에 단심이 있는 꽃도 있고 없는 꽃도 있다. 하얀색 꽃도 마찬가지로 단심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심지어 꽃잎이 겹꽃인 품종의 무궁화도 있다. 세계적으로 300가지가 넘는 품종이지만 그 가운데 어떤 형태의 꽃을 나라꽃으로 삼아야 할지 정확한 표준이 없어 아쉽다.(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님의 글 중에서)

무궁화는 오래 전부터 우리와 함께 자란 나무다. 대개 개나리처럼 생울타리로 집 주변에 심어 키우면서 더불어 살아 온 우리에게는 무척 친근한 나무다. 최근 들어 나라꽃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종(種)보존을 비롯한 품종 선발 등의 연구와 실천이 적극 진행중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나라꽃에 대한 국가적 인식과 연구는 모자란 편이다. 무궁화는 특히 일제 식민지 침략자들의 지독한 탄압을 거치면서 더 옹골차게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졌다. 광복절이 되면 조국 광복의 기쁨과 함께 무궁화가 더욱 그리워지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고향 마을길을 걷다보면 울타리에 핀 무궁화를 보게 된다. 참 예쁘게 잘 피었다고 말을 할 때 할머니께서는 그 꽃은 ‘눈에피꽃’이니 만지면 눈병이 오니까 절대 만지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쳐버렸는데 성인이 되면서 일제의 침략자들이 우리 민족의 얼을 없애기 위해서 민족정신을 말살시키겠다는 잔악한 처사임을 알았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식물이 정치적인 이유로 탄압받은 사례는 전무후무하다. 민중 사이에서 무궁화가 민족의 상징이란 낌새를 알아챈 일제 침략자들이 온갖 구실을 만들어 무궁화를 탄압했다. 심지어는 손에 닿으면 부스럼이 생긴다 해서 ‘부스럼꽃’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모두가 터무니없는 소문들이었다. 여러 가지로 잔혹하게 이어진 무궁화 탄압은 거꾸로 우리 민중의 무궁화 사랑을 더 간절하게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마침내 무궁화는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하는 상징이 되었던 것이다.

학교 재직 당시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무궁화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자율탐구학습장 옆 공터에 무궁화나무 200여주를 심어서 학습의 장(場)으로 무궁화동산을 꾸미고 무궁화가 우리나라의 꽃이란 것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의 정신이 무궁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수시로 교육하여 애국심을 발양(發揚)하도록 했다. 우리나라 전 국토에 무궁화나무 심기 운동을 전개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현 정부들어 순국선열이나 애국지사 등 독립 유공자의 가족과 3대에까지 국가유공자 예우를 하겠다는 방침에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박수를 보내면서 온 국민이 나라사랑에 앞장서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실천하도록 강조하고 싶다. 자연을 지배와 정복의 대상으로 삼았던 침략자들에 맞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화(同化)의 대상으로 여긴 우리 민족이 이뤄낸 나라꽃 무궁화의 장엄한 승리다. 광복절에 즈음하여 침략의 역사 속에서 도도하게 피어있는 무궁화 꽃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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