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숙제의 필요성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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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숙제의 필요성 재조명
  • 박미선 기자
  • 승인 2018.08.1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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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호∥교육성장연구소 소장·前 함평교육장.

방학은 편하게 놀기만 하는 시간이 아니다. 학교 교육과정의 일부로서 부족했던 교과에 대한 보충과 함께 다음 학기 수업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좀 편하게 공부하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그래서 국내외 학습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일정 분량의 방학숙제가 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방학공부를 체계적으로 하는 학생들과 방학을 그저 편히 쉬는 학생들 간에 학력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연구들도 있다.

우리의 경우 방학으로 인한 학력손실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방학숙제가 국가수준에서 제시됐다. 일제시대부터 초·중학생들에게 방학책이 무료 배부되었으며, 방학책에는 매일 매일 공부할 과제가 제시되어 있었다. 초등학생용은 탐구생활로 그리고 중학생용은 방학생활로 제시되었으나, 1997년 부교재 채택비리와 관련해 부교재 사용 전면 금지와 함께 사라졌다. 그때부터 방학숙제는 자율화됐으며, 교육방송에서 방학생활 책자와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구입하거나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학숙제로 초등학교의 경우 일기쓰기, 독후감 등이, 중학교의 경우 영어단어 예습, 한자쓰기, 수학 문제풀이 등이 제시되었지만 현재는 방학숙제가 거의 사라진 편이다. 현재 우리의 학교교육에서 방학숙제뿐만 아니라 학기 중 숙제도 거의 사라졌다. 외국의 경우 학교 숙제는 국가 교육정책이나 학교 교육계획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숙제는 한정된 수업시간을 보완해 줄뿐만 아니라 학교와 가정의 교육책임을 공유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핀란드에서는 숙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방과후에 숙제를 도와주는 ‘숙제 학교’를 모든 학교에서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운영할 정도로 중시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숙제를 통해 학습 보충을 할 수 있고, 능력에 따른 숙제지도를 통해 교육평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교육부는 ‘자녀의 숙제지도’(Helping Your Child with Homework)라는 26쪽짜리 소책자를 발간해 보급하고, 홈페이지에도 탑재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표적인 자기주도 학습 유형인 숙제가 복습이나 예습을 통해 학교수업의 질을 높여주고 나아가 학업성취도 향상에 효과가 크다는 각종 연구결과들이 제시되어 있다. 또한 숙제는 학생들의 학습 책임감과 자기관리능력 등 좋은 학습태도를 배양시키며, 학교와 가정 간 소통의 통로 역할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교사는 좋은 숙제의 조건, 적정 분량, 숙제 부여 빈도 등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준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미제출 할 경우 부모님께 통보하는 등의 대책에 대해서 충분하게 설명해 주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숙제에 대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해 줄 경우 단순하게 평가해 점수만 주는 것보다 성적 향상에 훨씬 효과가 크며, 숙제검사시 오류 확인 및 개별 지도하기, 특별히 잘 한 것에 대해 칭찬하기 등도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학부모는 숙제를 통해 자녀가 어떤 내용을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고, 매일 일정한 시간대에 숙제하는 습관을 갖도록 지도하고, 숙제의 양이 너무 많거나 적을 때는 선생님과 상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육구와 학교의 홈페이지에는 각각의 숙제정책이 제시됐으며 그 내용은 하루에 부여할 수 있는 숙제의 분량, 주당 숙제 빈도, 미완성할 경우 대책, 숙제기록장 확인 요령, 교사와 학부모의 피드백 방법 등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주당 평균 숙제 빈도는 초등학생 3∼4회, 중학생 4회, 고등학생 4∼5회이며 주말에는 숙제가 없다. 또한 1일 평균 숙제에 소요되는 시간은 초등학생 40분, 중학생 70분, 고등학생 100분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숙제분량 기준은 학년당 10분씩 증가하는 방식으로 초등 1학년은 10분, 6학년은 60분, 9학년 90분과 같이 학년수에 10분을 곱한 것과 같다. 이러한 기준이 권장되는 이유는 매일 일정량의 숙제 제시가 효과적이며, 과도한 숙제는 학력향상에 도움을 주지 못할 뿐더러 형식적인 숙제하기나 숙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숙제를 자기주도학습과 정규수업에 밀접하게 연계시키고 있는 미국 등 외국의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초중학생들의 경우 방과후 교육활동과 학원수강 부담이 크다는 것을 고려해 그리고 고등학생들의 경우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으로 숙제할 여유가 없을 것으로 보아 거의 사라졌다. 더욱 문제가 큰 것은 내신성적에 반영하기 위해 제출 여부가 중시되는 수행평가와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배양하고 정규수업과의 연계성을 중시하는 숙제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평상시에는 숙제가 사라지고 특정시기엔 너무 많은 숙제로 학생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진정한 의미의 숙제가 공교육에서는 사라진 반면, 사교육 시장에서는 숙제가 책임지는 교육의 모습으로 학부모들을 안심시키면서 학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방학숙제가 사라진 현상을 기초로 학기중 숙제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자기주도 학습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숙제를 없앴다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그것은 비교육적인 변명일 수도 있다.

이제는 교육청과 학교에서 숙제정책을 새롭게 마련해 학교수업과 자기주도학습을 연계시킬 수 있고, 제대로 된 숙제제도를 통해 공교육에서도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교육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학교교육력이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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