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 ‘다문화가정 친정 보내기’ 사업, 결혼이주여성들에게큰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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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 ‘다문화가정 친정 보내기’ 사업, 결혼이주여성들에게큰 호응
  • 박미선 기자
  • 승인 2017.06.04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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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한국의 따뜻한 정에 감동했어요”
▲ 장성군의‘다문화가족 친정 보내기’사업은 경제형편이 어려워 오랜 기간 모국에 가지 못한 결혼이민자들에게 고향에 다녀올 수 있는 왕복항공권과 모국 체재비, 여행자보험 가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장성=광주전남일보) 박미선 기자 = 2013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장성군 장성읍에서 살고 있는 베트남 여성 쩐티튀린(31)씨. 쩐티튀린씨는 남편과 두 살배기 딸을 키우며 알콩달콩 살고 있으나 가슴 한 구석엔 늘 응어리가 쌓여 있었다.

결혼 2년 만인 2015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린 탓이다. 8남매 중 막내인 쩐티튀린씨를 유달리 예뻐했던 아버지였다. 쩐티튀린씨는 죄책감이 쌓여 병이 되기 전에 남편, 딸과 함께 아버지 산소를 찾아 인사를 드리는 게 소원이었다.

일본인 하라 다카코(44)씨의 사연도 눈물겹다. 한 살 연하인 한국인 남편과 3남1녀를 키우며 장성군 서삼면에서 농사를 짓는 다카코씨는 2000년 결혼 이후 친정인 일본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 농사지으랴, 시동생들 대학교에 보내랴, 남편의 사업 실패로 인한 빚을 갚으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다 1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다카코씨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얼굴을 한 번도 못 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일본에 꼭 다녀오고 싶었다.

두 결혼이주여성이 그토록 바라던 꿈이 올해 이뤄지게 됐다. 장성군 ‘다문화가정 친정 보내기’ 사업의 대상자로 두 사람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쩐티튀린씨는 오는 12월, 다카코씨는 오는 8월 각각 친정을 찾아 가족들과 눈물의 재회를 할 예정이다.

장성군의 ‘다문화가족 친정 보내기’ 사업은 경제형편이 어려워 오랜 기간 모국에 가지 못한 결혼이민자들에게 고향에 다녀올 수 있는 왕복항공권과 모국 체재비, 여행자보험 가입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결혼이민자들의 향수를 달래고, 그들의 자녀들에게 어머니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며, 한국의 정까지 느끼게 만드는 가슴 따뜻한 사업이다.

현재 장성군의 다문화가정은 지난해 기준으로 총 369세대(전체 세대의 약 1.72%)다. 이들 중 장성군에 거주한 지 2년이 지나고 가정형편이 어려우며 시부모를 봉양하는 가정을 위주로 지원 대상자를 선정한다.

2014년엔 캄보디아 출신 오미란(개명)씨 등 5가정 7명, 2015년엔 필리핀 출신 줄리벳카스틸 로캄파스씨 등 6가정 22명, 지난해엔 중국 출신 리치우샤씨 등 7가정 26명이 혜택을 받았다.

지난해 ‘다문화가정 친정 보내기’ 사업 대상자로 뽑힌 일본인 결혼이주여성 고바야시 게이코(48)씨의 사정은 특별하다. 장성군 북하면에 거주하며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그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남편, 두 딸과 함께 일본에 다녀왔다.

게이코씨는 “하나밖에 없는 딸로서 불효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11일 동안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두 딸과 함께 일본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어요. 두 어머니가 ‘딸을 보내는 어머니의 마음은 같다’면서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살아계실 때 두 분에게 더 많이 효도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올해 ‘다문화가정 친정 보내기’ 사업 대상자는 7가정 27명. 2015년 남편을 암으로 떠나보낸 베트남 출신 이수정(개명ㆍ28)씨는 다음 달 모국에 방문한다. 시어머니를 모시며 두 딸과 장성군 장성읍에서 살고 있는 이씨는 “딸들을 볼 때마다 남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고 그때마다 베트남 가족들이 사무치게 보고 싶었다”면서 “고맙게도 장성군의 ‘다문화가정 친정 보내기’ 사업 대상자로 뽑혀 꿈에도 그리던 고향에 갈 수 있게 됐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다문화가정 친정 보내기’ 신청자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애처롭다”면서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결혼이주자들을 더 많이 도울 방안이 있는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유 군수는 또 “오는 2050년 한국의 이주민이 1000만명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 나왔을 정도로 다문화가족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면서 “앞으로도 다문화가정 지원 정책을 적극 발굴해 우리 군 결혼이주민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장성군은 결혼이주여성 가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자녀양육 방문교육 서비스, 이중 언어가족 환경 조성사업, 결혼이민자 통·번역 서비스, 한국어 교육 등 다양한 다문화가족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엔 다문화가족과 드림스타트(저소득 계층 12세 이하 아동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건강ㆍ보육ㆍ복지 통합서비스) 가족 등 1,000명을 초청해 ‘2016 장성군 옐로우시티 가족행복축제’를 개최해 양 가족에 대한 이해도를 넓혔다. 또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한국 전통음식 시연회를 열어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한국의 음식문화를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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